이탈리아가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에서 예상 밖 금메달을 따냈다. AP는 이탈리아가 강호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라 2006년 이후 첫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했다고 전했다. 팀추월은 세 명이 한 팀으로 달려 마지막 주자가 결승선을 통과한 기록으로 승부가 갈리는 종목이다. 전술과 합, 순번 교대 타이밍이 성패를 좌우한다.
이번 승리는 ‘개인의 속도’보다 ‘팀의 호흡’을 극대화한 끝의 결과로 읽힌다. 팀추월은 초반 견제와 중반 대형 유지, 마지막 두 바퀴의 가속이 핵심인데, 이탈리아는 균형 잡힌 페이스와 조직적인 교대를 통해 흐름을 잃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록 싸움인 동시에 심리전인 만큼, 선두 유지와 뒤쫓기의 압박을 어떤 순서로 배분하느냐가 결정적이다.
이탈리아가 20년 만에 금메달을 되찾았다는 사실은 세대교체가 끝나면 강세 국가는 바뀔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팀 기반 종목에서는 ‘누가 가장 빠른가’보다 ‘누가 서로를 가장 덜 소모시키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올림픽 직전 월드컵 성적이 절대 지표가 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번의 교대 실수, 한 바퀴의 리듬 붕괴가 순위를 뒤집는다.
AP는 이탈리아의 금메달을 ‘이변’으로 묘사했지만, 이변은 대개 작은 오차를 줄이는 팀이 만들어낸다. 장거리 적응력, 공기 저항을 줄이는 간격 유지, 마지막 주자의 체력 분배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디테일이 누적될수록 격차는 벌어진다. 그래서 팀추월은 하이라이트만 보면 단조로워도, 내부에서는 초 단위보다 ‘호흡 단위’로 싸운다.
한국 독자에게 흥미로운 지점은 미디어가 팀추월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2018년을 거치며 이 종목을 ‘팀워크의 시험대’로 기억한다. 이번 이탈리아의 금메달은 기술·전술적 숙련이 쌓이면 여론의 프레임도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방송 화면에 잘 잡히지 않는 교대 각도, 간격 유지, 선두 시간 배분 같은 요소를 해설이 얼마나 세밀하게 풀어내느냐가 여론의 수용도를 바꾼다. 이는 한국 스포츠 중계가 ‘드라마’보다 ‘기술 문해력’을 키울 여지가 있음을 말해 준다.
또 하나의 비교 지점은 대표팀 운영 문화다. 한국은 개인 종목의 강한 스타 시스템이 팀종목에도 투영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팀추월의 핵심은 ‘누가 에이스인가’보다 ‘누가 어느 구간을 맡아야 총합이 최대가 되는가’다. 선발과 주행 순서가 공개될 때, 미디어는 개인 공로보다 역할 배치를 설명하고, 팬들은 그 전략의 일관성을 점검한다. 이런 대화가 유통될수록 한국에서도 팀추월은 논란의 종목이 아니라 전략을 감상하는 종목에 가까워질 것이다.









